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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북유럽 여행기 >> 노르웨이 베르겐

베르겐 공항에 내리니 빗방울이 떨어졌으나 공항 대합실을 나설 때쯤에는 날이 갰다. 날씨가 이번 여행 내내 나를 돕는 듯 했다. (그러나 남은 며칠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공항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지도를 구하면서 직원에게 내일 날씨를 물어봤더니 비가 올거라 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번 여행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피요르드 투어가 내일인데...

공항에서 베르겐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그림같다.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

베르겐 중심지역은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도시의 크기는 작은 편이어서 걸어서 대부분의 명소를 다 둘러볼 수 있다. 지도를 보니 어디 어디를 가보아야 할 지 한 눈에 들어온다. 지도 들고 알아서 다니는 해외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데 어느 도시를 가거나 그 지역 지도만 있으면 다 찾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헬싱키, 스톡홀름, 베르겐 모두 비슷한 디자인의 지도인데 참 정겹다.^^

친절한 공항버스 기사의 안내에 따라 내리니 시원한 항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날씨가 좀 위태위태했다. 비가 올 듯 말듯 했다.


스톡홀름에서 5일간 묵었던 숙소가 최정상급 호텔이었다면 베르겐에 예약해 둔 호텔은 참 소박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운치는 있었다. 방안에서 내다본 마을 풍경도 정겹고.

스톡홀름과 시차는 한 시간이 있었지만 노르웨이는 썸머타임을 적용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시차는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베르겐 시내로 나서는데 바닷바람이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웠다. 베르겐에서 둘러보기로 한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플뢰옌(Floyen)산을 먼저 가는 것으로 순서를 조정했다. 비가 곧 올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전에 아웃도어 투어를 마치고자 함이다.

미술관은 비가와도 관람할 수 있으나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점심이다. 가까운 곳에 해산물 시장이 있었는데 피시버거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수산시장 구경도 할 겸 들어가서 버거를 시켜서 먹었다. 그리고 비가 쏟아졌다. 바람도 갑자기 거세졌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피시버거가 무척 비쌌던 것이다. 노르웨이는 물가의 나라라고 칭하고 싶었다.

피시버거를 다 먹고 나니 빗줄기가 좀 잦아들었다. 플뢰옌산 투어에 대한 의지가 다시 솟아났다. 가늘어진 빗줄기 사이를 뛰었다.(사실 이번 여행에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경험부족이었다.) 플뢰옌산은 Floibanen 이라는 케이블 전철을 타고 올라간다.(물론 유료다.) 그런데 느낌은 완전히 오리지날 케이블카다. 전철을 옆에서 보면 직사각형이 아니라 평행사변형이다. 플뢰옌산 통행을 위해 맞춤 제작된 듯 했다. 그리고 산 중턱의 그림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이 전철을 타고 다녔다.

플뢰옌산 정상에 올라서자 비바람이 다시 몰아쳤다. 촬영은 커녕 풍경 감상하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런 상실감에 빠져서 십 여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쳤다. 하늘도 좀 맑아졌다. 기회다 싶어 서둘러 촬영을 했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베르겐은 환상적이다. 그런 풍경을 세계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산을 내려와 베르겐 시내를 돌아다니니 마을 전체가 테마 공원 같다. 어느 방향으로 셔터를 눌러도 작품이 될 것 같다. 베르겐 미술관까지 가는 길에 많은 풍경을 담았다.



베르겐 미술관에서는 뭉크 등의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베르겐이 아닌 오슬로에 있어서 이틀 후를 기약해야 했다. 사실 미술에 조예가 있지 않은 나로서는 미술관에서의 시간이 쉽지 않았지만 무언가 한번 느껴보려 노력했다.^^; 미술관에서 브뤼겐(Bryggen)으로 향하는 길에 공예박물관도 있었는데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12~13세기에는 노르웨이의 수도였으며 한자 동맹이 끝날 때까지 400년 이상 번영을 누렸다. 브뤼겐은 그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지면과 수직을 이루지 않고 기울어진 채 서있는 목조 건물들이 독특하다. 브뤼겐의 선물가게에서 쭈니 유니 줄 선물로 호른을 하나씩 샀다. 옛날 바이킹이 갖고 다니던 물건이다.



다시 바람이 거세지고 비가 쏟아질 태세다. 근처 몇 군데를 부지런히 돌아보고 저녁식사를 했다. 레스토랑 안에서 내다 보는 비오는 베르겐이 괜찮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녁식사로 와인을 곁들인 베트남식 비프(beef)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