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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북유럽 여행기 >> 핀란드 헬싱키

처음으로 가보는 북유럽이다. 첫 경유지 핀란드. 5월2일 오전 10시 30분에 인천 국제공항을 이륙한 핀란드항공 여객기는 중국, 몽고, 시베리아 그리고 우랄산맥을 넘어 러시아 상공을 거치는 9시간의 비행 끝에 핀란드 반타 국제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착륙 전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핀란드의 들판은 구불구불한 곡선의 많은 호수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사이를 수려한 침엽수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짧은 입국 수속을 거친 후 공항 대합실로 나섰는데 국제공항의 모습 치곤 매우 아담하였으며 그 크기는 인천국제 공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묵게 될 공항 근처 ‘Hotel Bonus Inn’의 위치를 공항 안내소에 묻자 바로 호텔로 전화하여 픽업 셔틀버스를 불러주는 친절함을 베풀어 주었다. 북유럽에서의 잊지 못할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반타 공항 대합실을 나서 버스플랫폼에서 호텔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10여 분 동안 처음 만난 북구의 햇살은 눈부시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우리나라의 가을스러운 촉감이었으며 오랫동안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상쾌한 공기 또한 핀란드의 아름다운 첫 이미지로 각인할 수 밖에 없었다.

본래 이번 여행의 목적은 5월4일부터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ESOMAR WM3 2009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함이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헬싱키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헬싱키를 만나는데 허용된 시간은 24시간이 채 못되었다. 약 10분의 차량 탑승 후 호텔에 도착하였고 체크인 후 바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이 번 여행을 위해 마련한 내 준비물들이 그 수려한 자태와 기능을 뽐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공항 가까이 위치한 Hotel Bonus Inn 앞에서 헬싱키 시내까지의 이동을 위해 650번 시외 버스를 탔는데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버스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4유로인데 우리 돈으로는 7,000에 이르니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날은 토요일이어서 투어에는 좀 불편함이 있었다. 주요 명소에 직접 들어가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일찍 종료되기 때문이었는데 가뜩이나 야근 같은 것 잘 안하는 유럽 복지국가 사람들이 토요일은 오죽했을까?

유럽에서의 첫날인지라 헬싱키 시내에서 약간의 헤맴은 감수해야했다. 가지고간 여행가이드와 호텔에서 받은 헬싱키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다녔으나 어디로 가야 그 유명한 헬싱키 대성당을 찾을 수 있을 지 참 난감했다.

한편, 시내에는 예쁘게 생간 트램(자동차 도로 중앙으로 다니는 노선(?)전철)이 계속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 나는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나라 서울의 근대화 시기를 연상시키기도 했으나 헬싱키의 고즈넉한 도시 분위기는 이내 그러한 연결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몇 블럭을 걸어서 이동하니 낯익은 그리고 하얗고 웅장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헬싱키 대성당이다. 정식 명칭은 루터란대성당(The Lutheran Cathedral)인데 핀란드 루터파 교회의 중심이라고 한다. 토요일 늦은 오후이나 여기 만큼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저기서 셔터를 누르니 유럽에서 비로소 사진 다운 사진을 찍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몹시 아쉬운 것은 도착했던 시간에 성당 일정 관계로 관람이 되지 않는 점이었다. 


몇 블럭 더 걸어가니 시원한 바다풍경이 펼쳐졌다. 원래는 스톡홀름까지 크루즈 여행을 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취소한 것이었는데, 푸른색 물결과 하얀색 배들을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크루즈 이용을 강행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 없이 시내로 나서 오후 9시까지 돌아다녔으니 서울 시간으로 새벽 4시까지 밤을 샌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하늘은 여전히 환했다. 역시 북쪽 지역의 하절기 낮은 길다는 사실과 함께 나의 소시적 지구과학 지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중앙역까지 트램도 타봤다. 10분 정도 타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먹은 저녁밥은 실패작이었다. 여행가이드에 추천된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가방과 외투를 맡기고 들어가라는 이상한 요구에 좀 당황하여 그냥 나왔고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니 이미 문을 닫았고 해서 겨우 찾은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는데,,,좀 깔끔하지 못한 환경에 밥값은 서울의 2~3배 되는 것 같고 맛은,,,없고,,,무지 짜고,,,아무튼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단무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니, 주문했던 볶음밥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그들의 룰을 몰라서 먹을 것도 못먹고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눈을 붙였다 떼니 바로 아침이었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니 스톡홀름행 비행기의 탑승 수속 시간을 감안해도 약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헬싱키도 과거에 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라는 사실이 떠올라 올림픽 경기장을 보기로 했다. 거리는 호텔에서 멀지 않았지만 교통편은 역시 스톡홀름 중앙역을 경유해야 했다.

체크아웃 후 650번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 핀란드의 아침은 고요 그 자체이고 선선한 바람은  뭔가 즐거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작은 설레임을 갖게 했다. 650번 번호가 선명한 버스 정류소가 정겨웠다.

헬싱키 중앙역에 내려 다시 트램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트램 티켓이 정거장의 자동판매기를 이용해 구입하는 것이 기사에게 직접 사는 것보다 매우 싸다는 점은 특이했다. 10분을 가서 안내에 따라 하차하니 잠시 후 올림픽 스태디엄일 듯한 경기장이 나타났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장은 아니었다.(사실, 한참 뒤에 알았다) 경기장에 핀에어라고 씌어 있었는데 그 기업 관련 구장인 것 같았다. 트램을 잘못 탔거나 뭔가 착각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항공기 스케줄 때문에 다시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길 시간은 못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잔디 축구장에는 경기를 하는 어린 학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뛰고 있었는데 아마 무슨 청소년 축구 클럽인 것 같았다. 아쉽지만 그 경기장을 여기 저기 겉에서 둘러본 후 공항으로 향했다.


핀란드에서의 1박2일은 상쾌한 느낌의 나라 이미지에 어울리는 알찬 시간이었다. 핀란드를 충분히 봤다고는 말할 수 없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북유럽에 대한 첫 인상으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