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은 늘 관광객이 넘쳐난다. 500년 고도(古都)이면서도 별로 고풍(古風)스럽지 못한 서울의 무미건조함 한 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그나마 반가운 전통 가옥촌이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 관광 가이드북에는 경복궁에 인접해 있는 북촌한옥마을이 아마도 필수 투어 코스로 들어있을 것이다. 북촌한옥마을은 삼청동 카페거리와도 가까워 젊은 연인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제공한다. 서울시내에 산책과 사진찍기 코스로 이 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북촌한옥마을이 전통 한옥 마을 관광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 한옥 마을의 현재 모습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형성된 것이다. ‘전통’이라 하기엔 좀 가까운 시기이다. 서울에 인구가 밀집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 대규모 토지가 주거용 소규모 택지로 분할되어 고밀도 주거촌이 탄생한 것인데 북촌의 한옥에 유리와 타일이 내외장재로 많이 쓰인 점도 특이하다. 따라서 북촌한옥마을은 조선시대의 주거생활을 대표할 만한 민속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과도기적 주택양식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초여름 주말, 아이와 정독도서관을 찾았다가 잠시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보았다.
잘 가꾼 화단이 고택을 좀 더 옛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저 뒤 서울 한복판 그레이톤 직선에 대비되는 북촌한옥마을 기와 곡선이 정겹다.
이 집의 주인은 담벼락 너머 관광객들에게 이 꽃을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무술영화 촬영 세트장 같다는...
북촌한옥마을,,, 한옥촌이기는 한데 부자동네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어쨌든 아름다운 곡선의 향연이다.
훌륭한 건축물이 잘 보존된 나라에 여행을 가면 그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무엇을 담아 갈까? 북촌한옥마을도 그들이 담아가는 한국의 특징적 이미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석재가 아닌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건축양식은 불행히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후세에 충분히 남겨주지 못한 아픔을 지녔다. 그리고 '압축고도성장'의 한켠에서 도시미관 정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치 쯤으로 여겨진 안타까운 시절도 있었다. 건축에는 그 시대 그 나라의 가치관과 철학이 담긴다. 훗날 사람들이 2014년의 한국을 바라볼 때 우리를 보여줄 만한 그런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