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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포토

정동진

정동진의 일출을 보고 싶었다. 동해의 청량한 공기로 내 안의 크고 작은 상념의 조각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정동진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는 이들이 무작정 향하곤 하는 그런 장소가 되어 있었다. 아주 오래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인기가 절정을 이루고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즈음에 나는 정동진을 찾은 적이 있다. 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시기가 나에계 격랑의 시기였음은 분명하다.


새로 산 카메라의 성능을 테스트 해보고 싶다는 유치한 핑계와 곧 유학을 떠나는 큰 아이와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쌓자는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나는 가족들을 일요일 새벽부터 깨워 정동진으로 달렸다. 새해 첫 날이면 그리고 한 여름 피서철이면 이런 저런 사람들로 붐비는 정동진이 아니라 아직 이른 봄의 선선한 기운이 남아 쌀쌀하기는 하지만 일요일 아침의 여유로운 햇살을 바다 향과 함께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정동진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정동진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일출을 보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토록 느끼고 싶었던 청량감은 그대로 내 안으로 들어왔다.


정동진 풍경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정동진역 넘어로 보이는 아련한 바다 물결이다. 정동진역 플랫폼 벤치에 앉아 눈부시게 푸른 바다를 대하고 있으면 모든 번뇌의 자국이 지워지는 듯하다. 잠시나마.


정동진역


예전에는 못 보았던 석조상은 격한 감정의 넘침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녀 같기도 하고, 자기 안 또다른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 지쳐가는 대부분의 우리 같기도 하다.


정동진역 조각


조금씩 뚜렷해지는 아침 햇살에 정동진은 점점 바다의 일부가 되어 가는 듯 하다.


정동진


일요일 이른 아침의 정동진에는 그 유명세만큼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다. 아침 댓바람부터 이곳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만 보인다.


정동진 해변


별들이 아직 초롱하게 빛나는 새벽에 눈 부비며 억지로 끌려나오는 느낌이 분명하였을 두 아들과 아내는 함께 따라 나서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른 봄날 정동진 해변에서.


정동진 촬영


정동진에는 과도하게 대형으로 제작된 모래시계, 생뚱맞게 배 모양을 하고 산꼭대기에 앉아 있는 썬크루즈 등 몇 가지 나름 유명한 것이 있는데 정동진의 멋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정동진의 매력은 정동진역과 어우러져 보이는,,, 감동적인 바다 모습이다.


정동진역 플랫폼


일요일 아침 정동진역에서...


정동진역 벤치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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