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포토

벚꽃 엔딩

어느 해부터인가 봄이면 들려오는 장범준의 '벚꽃 엔딩'은 이제 벚꽃 필 무렵에 없으면 허전할 그런 노래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예전에는 미처 가지지 못 했던 봄 감성을 느끼곤 한다. 감성이라는 것은 이상하게도 '끝', '이별' 이런 놈과 같이 오는가보다. 계절의 끝으로 향하는 가을의 감성이 그러했는데, 봄의 대명사 '벚꽃'에 '엔딩'을 붙이니 또 감성이 돋는 구나.


석촌호수 벚꽃축제


주말 벚꽃이 근사한 어제 오늘이었다. 늘 아파트 단지의 나름 화려한 벚꽃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껴온 터에 이번에는 맘 먹고 벚꽃 명소를 찾았다. 벚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진해 군항제일텐데, 이번에는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곳 벚꽃이 절정이었을 지난 주말에는 전국이 비바람과 시꺼먼 날씨에 휩싸였었고, 그렇지 않았더라고 '벚꽃 구경이 아니라 사람 구경'이라며 말리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물리치지는 못 하였을 것 같다.


그래서 석촌호수를 찾아 나를 반기는 꽃들과 상면했다. 송파라는, 잠실이라는 동네의 이미지가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집에서 가까와 토요일 오전에 뚝딱 다녀올 만한 곳은 충분히 된다. 그리고 들인 노력에 비해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아침 일찍 도착해 한산한 석촌호수와 어우러진 화란춘성(花爛春盛)을 렌즈에 담으니 그 순간만은 모든 시름이 잊혀진다.


벚꽃놀이


11시에 이르니 그래도 화창한 주말 봄이라고 일찍 집을 나선 상춘객들로 석촌호수는 가득 메워진다.


벚꽃축제


벚꽃 '축제'라는 행사 이름에 걸맞는 노점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든다.


석촌호수


집에 두면 그저 그런 살림살이일 물건들도 이런 풍경과 어우러지니 세련된 팬시용품이 된다.


석촌호수 아이템


벚꽃 명소를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벚꽃길이 덩그런 저수지 옆에 있는게 생각보다 좀 별로인 듯 하다. 석촌호수가 주는 감흥이 원래 없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회색 빛 콘크리트 건물을 떼어 놓고 꽃 덩어리들을 보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벚꽃축제 인파


하지만 줌 렌즈를 바짝 당겨서 꽃님들만 쳐다보면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다. 아름답다.


벚꽃


4월은 벚꽃의 계절이지만 중간중간 붉은색 액센트가 없다면 좀 무미 건조할 지도 모를 일이다.


봄꽃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뜨려 놓은 행사 뱃지도 좋은 봄날씨에는 예쁜 피사체가 된다.


석촌호수 축제


석촌호수는 송파대로를 경계로 구분되는 두 개의 호수로 나뉘는데 롯데월드 쪽 호수는 다른 한 쪽보다 좀 북적인다. 아무래도 놀이공원과 가깝다 보니 예정에 없던 발걸음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놀이공원과 호수가 함께 배경이 되는 벚꽃 사진이 그런대로 봄 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롯데월드 벚꽃


수억의 벚꽃이 만발해도 눈에 띄는 녀석은 으례 특이한 곳에 있는 꽃이다.


벚꽃엔딩


20년 똑딱이 카메라를 쓰다가 처음 마련한 DSLR이 신기한 것은 피사계심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앝은 피사계심도로 아웃포커스 하여 렌즈에 담으면 왠지 잘 찍은 것 같은 느낌에 스스로 만족한다.


벚꽃엔딩 2


봄은 출발의 계절이고 지는 벚꽃은 화려한 출발을 더욱 화려하게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비가 또 온다고 한다. 벚꽃이 많이 떨어져 '벚꽃 엔딩'을 재촉하겠지만 찾아올 계절은 이제 시작이다.



'에세이 > 포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공원  (2) 2015.04.26
정동진  (0) 2015.03.24
서촌  (0) 2015.03.19
청계천의 봄  (0) 2015.03.14
경리단길  (0) 2015.03.14
삼청동 정독도서관  (0) 2014.06.15
북촌한옥마을  (2) 201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