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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사는 얘기

성문종합영어

내 아이도 여느 아이들 처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예전 내 중학교 1학년 시절을 돌이켜 보면 방과후 가방 집에 던져놓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바빴는데 요즘 그런 모습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 어차피 내 아이가 과외 학습을 해야 한다면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램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물론 학원 선생님들이 알아서 잘 해주시겠으나 부모가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가 아이의 학습 효과를 크게 좌우한다. 부모의 관심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결과에 대한 관심 보다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중요할 것이다.

요즘과 달리 198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 또래들은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아마도 고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잡았던 책이 성문이나 맨투맨 기본영어 정도였을 것이고 3~4번 본 후에는 종합영어를 무한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다. 요즘 인터넷에서 성문종합영어에 대한 글을 찾아보면 꽤나 비판적인 글이 많다. 영어 공부를 그토록 오래 했어도 외국인과 제대로 대화할 수 없는 책임이 문법위주의 영어 교육에 있고 그 중심에는 성문종합영어가 있었다는 것이 주요 맥락인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적어도 고교시절 종합영어를 제대로 마스터 한 사람은 그리 어렵지 않게 외국인과 소통하고 약간의 트레이닝으로 상당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보인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이 문법을 배제하고 어떻게 정확한 영어를 익힐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아이 영어학원 교재에도 문법책이 있어서 살펴봤다. 학원 강의 목적이어서 그런지 뭔가 부족해보였고 마치 한 번 보고 버리게 될 것 같은 느낌의 그런 책이었다. 학원 선생님이 알아서 잘 지도해주시겠으나 영어 문법 만큼은 예전에 내가 치열하게 공부했던 수준의 학습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성문종합영어를 20여 년만에 다시 집었다. 두 권을 사서 아이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성문종합영어는 문법책이면서도 고급 독해 훈련서이다. 그리고 이 만큼 좋은 교재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성문종합영어


처음에는 아이가 좀 지루해하고 어려워했지만 단문독해와 장문독해를 거치면서 명문장을 독해하는 묘미를 맛보는 것 같았고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았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 의미와 문법사항을 적어가면서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 가르치는 나 역시 좋은 복습 기회가 되고 있다.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내가 먼저 수업 준비를 해야 함은 당연하다.

아직 책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고 1번을 끝내려면 수개월이 더 지나야 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스스로 반복학습 할 수 있을 것이고, 한 번 잡혀진 문법 체계는 앞으로 고급 영어를 익히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물론 성문종합영어 안에 있는 문법 사항이 현대 영어와 맞지 않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의 학습이 가져다 주는 효과의 가치에 비하면 작은 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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