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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사는 얘기

동네 가을풍경

가을풍경이 아름답다.

일에 나를 빼앗기고 살다 보니 올해에는 가족과 변변한 여행 한 번 못 다녀왔다. 여름엔 못 갔어도 선선한 가을엔 꼭 좋은 시간 만들어 보리라 마음 먹었건만 이 마저도 아빠의 그리고 남편의 실없는 허언이 되는 듯 하다.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하나 둘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낙엽의 황금색 눈웃음이 애잔하다. 11월 어느 일요일,,, 가족을 뒤로하고 출근하는 길 눈 앞에 펼쳐진 동네 가을풍경이 잔인하게도 아름답다.


파란 하늘과 노란 은행잎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가 눈을 호강하게 한다. 가을풍경의 백미이다.

가을풍경


멋스러운 가을풍경은 오래된 동네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한 듯하다. 건물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나무들이 여름에는 녹음(綠陰)의 싱그러움을 그리고 가을에는 색조의 경이(驚異)를 선사한다.

동네 가을풍경


이파리들은 이제 지상으로 내려 앉아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하라고 재촉한다.

가을풍경 2


가을풍경은 누구라도 한 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게 만든다.

파란 가을하늘 그리고 노란색


휴일은 자동차로 빼곡한 동네길이지만 가을엔 이마저도 멋진 풍경의 일부가 된다.

동네의 가을


어느 한 군데 가을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가을


초등학교 교정에도 찾아든 만추(晩秋)의 고즈넉함이 마음 한 켠에 평온을 가져다 준다.

교정의 가을


언젠가부터 존재의 가치를 크게 양보한 우체통과 공중전화가 적어도 가을풍경의 소품으로서는 아직 건재하다.

가을 우체통 그리고 공중전화 부스


가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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