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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우리나라

경주를 다녀오다

가을인가 싶었더니 어느새 계절의 끝자락에 와있다. 더 늦기전에 가족들과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다 생각하고 정한 행선지는 경주다.

고교시절 다녀온 이후 20년만에 찾은 경주에 나의 기억이 선명하게 닿아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수학여행때 묵었던 숙소도 어디였는지 전혀 감을 못 잡았다. 새로운 장소에 온 것과 다름 없는 기분으로 신라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 포석정
경주 IC를 빠져나와 처음 찾은 곳은 포석정이다. 신라의 왕들이 술잔을 띄워놓고 시를 읊으며 연회를 즐기던 장소이며 신라말 경애왕이 견훤에게 변을 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2] 삼릉
포석정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삼릉은 경주 남산 자락에 있으며, 세개의 릉이 나란히 있어서 삼릉이라 일컬어진다. 채색벽화가 발견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한다. 주변 숲이 잘 가꿔져 있고 인접한 소로를 통해 남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다.



[3] 오릉
오릉은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무덤이며,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이 되어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 그리고 박혁거세의 왕후인 알영왕비의 무덤이라고 한다. 한편, 삼국유사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즉, 박혁거세왕이 왕위에 오른지 62년만에 하늘로 올라갔다가 7일 후 몸이 흩어져 땅에 떨어지고 왕비가 따라 죽었는데, 사람들이 함께 묻으려 하였으나 큰 뱀이 나타나 이를 방해하여 각각 따로 묻어 오릉이 되었다고 한다.

 


박씨의 시조인 박혁거세왕릉을 접하니 밀양박씨인 필자의 두 아이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과 행동을 표출한다. 필자 역시 마음은 마찬가지. ㅎㅎ
오릉 경내에는 대나무 숲도 있는데 꽤 괜찮는 분위기를 제공하니 한번 둘러보시라.

[4] 태종무열왕릉
삼국통일의 기틀을 이룩한 태종무열왕의 무덤은 오릉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입구를 들어서자 처음 만나는 것은 교과서에서도 자주 봤던 태종무열왕릉비이다.


관람 가능시간이 다섯시 반까지 인데 경내를 한 번 둘러보니 시간이 다 되었고 날도 어둑어둑해졌다.

[5] 대릉원
무열왕릉을 나와 어둠을 뒤쫓아 향한 곳은 대릉원. 대릉원 일대에는 첨성대, 안압지 등 유명 사적지가 많고 또 이 지역은 야간에도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니 오히려 야간 풍경을 놓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대릉원 입구에 도착하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경주빵집들.^^ 경주빵이 언제부터 그렇게 유명세를 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음식으로 단팥빵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나로서는 아니 반가울 수 없다.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할 것은 다음날 사기로 하고 일단 한 상자를 사서 챙겨두었다. 숙소에서 야참으로 먹을 생각으로.


대릉원은 사실 야간에 개장은 하지만 잠시 뒤 보게 될 첨성대나 안압지처럼 야경이 좋은 건 아니다. 대릉원에는 스무 개가 넘는 무덤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 지역 고분에서 천마도가 출토된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천마도는 학창시절 국사 문제에 자주 등장하였기에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음 중 벽화가 아닌 것은?' 하면 답은 '천마도'다.ㅎㅎ 그런데, 천마도가 벽화가 아니고 도대체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천마도는 말의 안장 안쪽에 달아 늘어뜨려 흙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장니에 그려진 그림이다. 천마총 내부에서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천마총을 나와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대릉원 경내를 가족과 거닐며 서늘한 가을 공기를 느끼니 비로소 멀리 여행온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6] 첨성대
첨성대를 보면서 부터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오래전에 보았던 첨성대는 낮의 모습이이었고(사실 별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번에 마주친 건 밤의 첨성대인데, 달과 함께 조명에 어우러지는 모습이 가히 일품이다.
밤의 첨성대. 삼각대만 있었으면 더 멋진 야경을... 휘황찬란했던 달이 사진으로는 작게 보이네.ㅠㅠ


첨성대를 가까이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관람료를 내야 한다. 기꺼이 내고 들어가 아이들과 첨성대를 가까이서 보았다. 첨성대를 이루는 돌의 개수가 몇 개이니 똑같은 첨성대가 다른 지역에도 있다느니 하며 논쟁하는 관람객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해가 진 후로 기온이 급강하하여 추위가 느껴진다.

[7] 안압지
안압지를 빼고는 경주의 야경을 이야기할 수 없다. 아마도 어렸을적 경주에 왔을 때 안압지는 분명 왔었으리라. 그런데 나에게 또렷한 기억이 없는 것은 밤이 아닌 낮에 온 것이었음을 추측케 한다. 일단 사진 먼저 보시라.


황홀한 야경이 연출되는 안압지,,, 반드시 밤에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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