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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카카오 다음 합병

카카오 다음 합병이 이슈다. 인터넷 서비스 산업 20년 역사를 돌아보면 그 어느 업종 보다 흥망성쇠와 이합집산이 많았지만, 이번 다음 카카오 합병은 메가톤급 임팩트가 (일단은) 예상되며, 늘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기대되는 바도 크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 대해 그 저의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하는 포스팅도 많이 보인다. 카카오가 국내 모바일 서비스의 절대 강자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성장 모멘텀 부재 우려에 따라 우회상장을 통한 주주가치 조기 실현이 필요했다는 의견, 이재웅 다음 창업자의 투자회수 전략이라는 견해 등 여러 해석이 난무한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주도한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다.


포털 2위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1위인 카카오의 합병이 반가운 이유는 이렇다.

 

“카카오-다음의 네이버 독주 견제”

 

야후와 다음이 태동기를 이끌었던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는 2000년대 초중반 한메일, 다음카페,네이버 지식인 등의 혁신 서비스가 선보이면서 인터넷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였고, 싸이월드의 등장과 폭발적 인기는 인터넷 중흥기의 정점을 찍었던 바 있다. 하지만 비영어권 국가의 특성상 정보콘텐츠가 태생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인터넷 유저는 네이버 ‘지식인’에 점차 열광하였고 여기 더해 풍부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한 네이버가 이용자의 시작페이지 설정을 독점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소비자는 네이버에 중독되어 갔다.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에 여러 긍정적 족적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 기업의 독점이 남긴 폐해는 크다.


네이버가 트래픽을 거의 독점함으로써 산업 내 경쟁자의 성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고사시키고 기형으로 만들었다. 뉴스 콘텐츠 접근 채널의 독점은 언론사가 디지털 시대에 온전히 적응하기도 전에 포털 종속화 시켜 트래픽에 목말라하는 미디어는 온갖 쓰레기 기사를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디스플레이와 검색광고의 독점은 국내 광고 업계가 특정 포털의 발아래 놓이는 형국을 만들어 공정한 거래 구조가 훼손되고 우리나라 광고회사의 수익성과 경쟁력은 약할 대로 약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작용은 포털을 방문한 이용자 트래픽을 자사 포털안에 가두어 둠으로써 다양한 사업자가 충분한 트래픽을 발판으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산업기반을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어느 산업이나 독점 플레이어가 존재하면 발전할 수 없다. 인터넷 트래픽은 적절히 분산되어야 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야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최근 모바일 트래픽의 급속한 증가는 네이버 독점의 온라인 서비스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네이버 제공 콘텐츠와 UI/UX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여전히 초록색을 갈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카오톡이 존재함으로써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까지 네이버가 독식하는 것을 막았다는 점이다.
어차피 카카오가 네이버를 상대할 차세대 플레이어라면 카카오는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었다. 모바일과 데스크탑을 연결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트래픽을 확보해야 한다. ‘양질의 트래픽’이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겠는데, 이는 다른 서비스로 전이할 잠재성이 큰 트래픽을 의미한다. 즉,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목적하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비하면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포털 방문자 또는 데스크탑 이용자는 폭넓은 서비스 이용의 의사가 있거나 적어도 그러한 여건이 되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업자 관점에서는 무엇이 양질의 트래픽인지 분명한 판단이 서는 대목이다.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다음의 포털 서비스가 어우러지면 충분히 파괴력 있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채팅 중 검색을 하기 위해 네이버에 갔다 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그리고 카카오스토리에서 바로 포털로 이어지는 채널이 만들어지면 네이버는 많이 긴장해야 할 것이다. 다음 한메일과 카카오톡을 연동하는 것도 왠지 기가 막힌 서비스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네이버에 대한 견제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네이버가 가만히 멈춰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았던 초록색 네이버 천하의 인터넷 세상에서 이제는 좀 다른 색깔을 볼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 것만으로도 이 상황이 나는 즐겁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이다. 카카오와 다음이 융합의 끝판왕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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