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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IT

네이버 뉴스캐스트 그 이후

[네이버의 선택]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국민의 약 80%에 달한다. 그리고 그 이용자의 대다수가 네이버를 이용하고 있으며 또 그 중 상당수가 네이버를 브라우저 시작페이지로 설정해놓고 있다. 네이버는 오래전부터 여론 주도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아왔으며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네이버 뉴스캐스트'라는 걸작을 내놓았다. 그리고 시민과 언론사로부터 동시에 받았던 비난의 화살을 완벽하게 피하면서 대언론사 지배력은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지배력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뉴스캐스트의 수혜자]

뉴스캐스트가 런칭되면서 '수혜자 논쟁'이 한동안 있었다. 언론사가 기사 선택 및 편집권을 확고히 하면서 최고의 수혜자가 되고 네이버는 아웃링크를 통해 트래픽이 유실되어 일정 부분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던 반면, 언론사 상호간의 치열한 경쟁이 심화되어 결국 네이버에 종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후자가 우세했었다. 그리고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고민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언론사간 트래픽 경쟁]

네이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용자 트래픽에 목말라 했던 언론사는 뉴스캐스트 이후 트래픽 벼락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단맛에 중독된 것 같다. 한편, 인터넷 이용자의 미디어 주목은 그 총량이 한정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언론사간 트래픽 경쟁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많은 매체가 그러하듯 인터넷 미디어도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까지는 대부분이며 또한 그 집행을 위한 매체별 평가는 양적 측면이 크게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터넷 광고를 하고자 하는 광고주나 광고 대행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려 하고 결국 트래픽 데이터가 그 의사결정의 수단이 된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을 위해 골몰하는 것도 바로 이용자의 방문을 늘려 주 매출원인 광고 수익을 증대하고자 함에 있다. 그런데 언론사 사이트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비뚤어진 경쟁에 대한 심각한 우려]

요즘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가 보고 있는 기사 제목들이 정말 우리나라 여론을 주도하는 신문사들의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될 때가 많다.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스포츠신문은 원래 그 속성이 그렇다 치더라도 종합일간지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경제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이신문과 달리 인터넷 뉴스는 독자들이 다소 가벼운 주제의 기사를 선호한다는 반론도 가능은 하겠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너무 심하다. 게다가 종이신문의 구독을 중단하고 인터넷만으로 뉴스 기사를 접하는 독자는 갈 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이쯤 되면 심각하게 문제삼아 보아야 한다.

뉴스캐스트의 제목과 실제 아웃링크 후 나타나는 제목이 다른 경우도 무수히 많다. 뉴스캐스트 노출 제목이 더 자극적임은 말할 것도 없고 기사 내용의 전체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문사가 인터넷 독자를 대상으로 이른바 '낚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웃링크 되어 나타난 각 언론사 사이트의 게재 광고를 보라. 보기 민망한 광고가 왜이리 많은가. 네이버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털이고 뉴스캐스트는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소비 창구가 되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는 이야기다. 일반 성인이 보아도 낯뜨거운 광고가 네이버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나타난다. 그런 광고 역시 작지 않은 수익원일테니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뉴스캐스트에서 유입되는 첫 화면은 좀 무난한 구성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옛날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TV/라디오와 함께 종이신문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뉴스 창구였는데, 그 시절 신문 기사를 읽을 때에는 헤드라인 기사를 보고 정치/사회/문화면을 보고 사설을 읽고 그 다음엔 스포츠, TV 편성표 등을 읽었다. 즉, 기사의 경중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손바닥보다도 작은 뉴스캐스트 안에서 기사의 경중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사회/문화 기사보다 상단을 차지하는 연예기사가 우리 사회의 주요 아젠다인양 인터넷 이용자들의 마우스를 유혹하고 있다.

[가야 할 길]
언론사의 자정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오래 지속되면 이는 언론사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부정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성숙한 시민은 결국 진실되고 유익한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를 어떠한 형태로든 선택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IT 패러다임을 이끌어가는 기술력과 창의력으로 탄생한 뉴스캐스트가 공정하고 수준 높은 기사 컨텐츠 경쟁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함과 아울러,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근시안적인 트래픽 경쟁으로 훼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언론은 우리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힘이다.